서론
책을 사는 행위는 언제나 사람을 두근거리게 한다. 다양한 지식, 경험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나, 책 자체가 가지는 아름다운 외관을 제쳐두어도(그러나 나는 환단고기와 같은 마도서는 용납할 수 없다.), 그것이 책장의 외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이유만으로도 서적 구매는 정말 훌륭하지만 질시받지 않는 과시 활동이 된다. 그리고 실제로, 좋은 책은 비싸다!
장소
시간이 없어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책의 인쇄 상태나 내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서점을 가게 되는 일도 있는 만큼, 책을 구매하는 지점에 개인의 취향이 어느 정도까지 반영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대부분의 서적을 온라인에서 구매한다.
잘 생각해보니, 외서(사실상 왜서)를 제외하고서는 거의 서점에 가서 구매했구나 싶다. 더불어, 내가 가진 대부분의 외서(다시 한 번 말하지만, 거의 왜서)도 오프라인 서점에서 주문구매 한 경우가 많았다.
오프라인
이러나 저러나 시간이 여유롭다면, 서점에 가서 책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단순하게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 실물 책을 볼 수 있다.
- 비슷한 계열의 다른 책들도 뒤적여볼 수 있다.
- 시간을 하염없이 쓸 수 있다.
- 다시 생각해보니, 참으로 마음 편한 이유로다.
서점은 교보문고 같은 큰 서점도, 동네 중소형 서점도 좋고, 알라딘 같은 대형 중고 서적 전문점이나 고서점도, 눈치 안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면 어디든지 좋아한다. 넓고, 사람이 많고, 책의 재고가 많고, 다양한 서적이 있고, 책 말고 다른 눈 갈 것들이 있다면 더 훌륭하다.
그런 의미에서 교보문고(종로)는 훌륭하다. 위의 추가 요소들을 모두 만족하면서도
- 대중교통으로 쉽고 빠르게 접근 가능함.
- 책 말고도 볼 것이 많음.
- 그냥 건물이 마음에 듦.
- 그냥 종로가 마음에 듦.
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인데, 최근 구파발역(3호선)의 롯데몰에 교보문고 은평점이 들어오면서 내 마음 속에서의 입지가 위험하게 되었다. 서울 속의 경기 경기 속의 서울 은평구 변두리 지점이라 사람도 없고 동선도 조금 난잡하긴 한데, 그래도 은평 거주 over 20년 사람으로서는 꽤 큰 감동. 그리고 이러나 저러나 페이코 결제 좀 지원해 주었으면.
온라인
그렇다고 온라인 서점을 안 쓰는 것은 또 아니다. 시간이 없거나, 책의 내용을 알거나, 택배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꽤 중요한 요소이다)이 있는 경우에는 온라인에서 책을 사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사진학 강의(10판)은 그렇게 내 손에 들어왔다. 책 고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비슷하게 걸리는데, 온라인으로 주문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서점에 직접 가서까지 빈둥거릴 시간이 없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기 때문에…()
수량과 종류
수량
서점에 가서 책을 사겠다고 결심하면, 보통 한 번에 한 권이나 두 권 정도의 책을 사고, 자금이 허락한다면 내 어깨가 떨어질 때까지 사 모은다. 문제가 있다면, 슬슬 책장에 재개발 할 공간이 없어진다는 것.
마냥 즐거운 책
- 마냥 즐거운 책 == 덕질용 책
그야말로 내가 좋아서 사는 책들을 의미한다. 사람이 공부하고 교양을 쌓으고만 책을 사는 것은 너무 팍팍한 생활 아닌가 해서 이런 책도 사고 있다- 라는 이유를 대고 있긴 한데, 사실은 그냥,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공부가 되는 책
주로 전공서나, 두텁고 교양 있어 보이게 생긴 제목이나 표지를 가진 책들. 그런데 사진 관련 책들은 두텁고 교양도 있고 내용도 어렵지만 이 카테고리가 아니라 한 블럭 위에 위치하고, 그러면 결국 전공서밖에 안 남는다. 내 교양 수준 의문의 1패.
어떤 책을 고르는가?
표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책 표지가 무지개빛에 보노보노로 장식되어 있다면(참조) 사는 것이 대단히 꺼려지지 않을까. 물론 책 내용이 그렇게 좋다면 표지를 찢어버릴 것이다.
내용물도 그렇다고? 분서갱ㅇ…. 아니, 불쏘시개다!
목차
어떤 자는, ‘전체 책을 다 보면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라고 했는데, 나는 서점에서 그럴 시간까진 없어서 전체 목차를 보면 그런 기운이 오는 것을 느끼고자 하고 있다. 문학에선 쥐뿔도 안 먹힐 방법이고, 그래도 전공이나 취미로 파던 분야의 이론서 같은 것들은 전체 목차를 보면 그런 기운 이 오지 않는가?
기타
사실 저런 책들 말고는 보통 사던 책을 사는 것이라서(만화책, 라이트노벨 등) 딱히 기준이 없다. 굉장히 허술하다.
그래서 왜
왜 이렇게 잘 쓰지도 못하는 장문의(양심적으로, 장문은 아니다) 글을 쓰는가, 하면, 오늘 교보문고(은평)에 갔다가 표지가 아주 아름다운 책을 주워 왔기 때문이다. 표지도 대단히 훌륭하고(이 표지에 대한 찬양을 30분간 공들여 쓰다가 지워버렸다.), 목차도 괜찮고, 집에 와서 서장을 읽어보니, 정말 그런 기운이 오더라. 틈 날 때마나 읽어봐야지.
이 포스팅의 관심사하고 거리가 먼 이야기들.
이번 주 책 읽은 이야기
- 노란 표지가 인상적인 자바스크립트 책이 생각보다 잘 넘어가진다. 잘 읽힌다는 것이 잘 이해한다는 것은 아니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은 잘 넘어가진다.
- 토비의 스프링. 이 책이 오히려 위 책보다 어렵다. 분명 서술형인데.
별 것 아닌 신변잡기
군대 갔다가 오늘 말년휴가 나온 친구가, 낮에는 차가 사라졌다고 자기 없는 사이에 가세가 기울었나 걱정하더니, 방금 전에 새로 뽑은 S600을 끌고 왔다. 정말 배가 아프다.